오늘은 사람들이 제주도 이주 했다가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육지로 떠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주를 재미삼아 놀러왔다가 섬이 너무 좋아서 그대로 눌러사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젊은 친구들은 버킷리스트처럼 한달살기를 하러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진지하게 이주를 생각하며 1년살기를 하러 제주에 내려가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렇게 좋은 마음을 가지고 제주도를 내려왔지만 막상 1년 살아보고 나니 그 환상이 깨져서 다시 육지로 올라가는 분들도 있고 제주가 너무 좋긴 하지만 여건이 받쳐주지 않아서 다시 올라가는 분들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서로 다른 환경을 보면서 저희도 여러가지 생각들을 했는데 왜 제주로 내려왔다가 다시 육지로 올라갈 수 밖에 없는지 몇가지 제주도 이주 사례들을 적어보도록 하죠.
제주도 전원주택
제주에 살러 내려온 분들 중에서 시내에 있는 빌라나 아파트에 살려고 내려온 분들은 그리 많지가 않을 겁니다.
대부분 한적한 시골에 있는 멋진 전원주택에서 살며 아침이면 동네한바퀴 뛰면서 운동도 하고 집으로 들어와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여유로운 아침을 시작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제주에 내려갑니다.
하지만 막상 제주도 전원주택의 삶은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제주도 전원주택에는 일단 벌레가 많습니다.
내 생각보다 훨씬 많고 제주도는 특히나 지네가 많이 출몰하는 곳이라서 가끔 지네에 쏘여서 병원을 찾는 분들도 많습니다.
벌레를 극혐하는 분들이 놀라서 바로 다른 숙소를 구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짧게는 3개월에서 6개월정도 계약을 하고 왔다가 벌레에 너무 놀라서 이후 시내에 있는 빌라나 아파트로 들어가는 분들을 굉장히 많이 보게 됩니다.
제주생활을 하는 많은 분들이 처음엔 전원주택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시내로 이사를 가는 것인데 제주도에 바로 전원주택을 매매하지 않는 이상에야 대부분 계약기간이 끝나면 바로 신제주나 구제주쪽으로 이사를 가는 편입니다.
그렇게 벌레를 피해 시내에 살다보면 ‘내가 왜 제주도에 살고있지?’라는 생각이 들고 이건 내가 생각했던 제주생활이 아니다 싶고 별의별 생각을 다 하게 됩니다.
제주에서 사람들도 많이 사귀고 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지낼거면 그냥 육지에서 살고 제주는 가끔씩 놀러 내려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에 사람들은 제주살이를 포기하고 다시 육지로 올라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주도 집값
제주도는 생각보다 집값이 비쌉니다.
빌라도 아파트처럼 시세가 일정하고 잘 오르는 편이어서 제주도에서는 빌라에 거주하는 분들도 많은데 아파트는 빌라보다 더 희소성이 있고 가격방어가 잘 되기 때문에 제주도 아파트는 생각보다 많이 비싼 편입니다.
요즘 육지는 내륙지방의 집값이 많이 내려갔다고 하고 강원도에도 아파트를 구하려면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매매를 할 수 있는데 제주도의 집값은 생각보다 많이 비싼 편이기 때문에 여기서 살짝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주도는 전월세보다 연세의 개념이 강해서 매매가 아니면 보통 1년 단위로 집을 계약합니다.
1년치 집세를 내고 1년간 거주하는 게 연세인데 연세계약을 하면 2개월치 세는 빼고 10개월치 월세를 한 번에 납부하고 집에 들어갑니다.
제가 제주에 살던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연세로 1000만원에서 1200만원을 내면 30평짜리 방 3개에 화장실 2개 있는 집을 구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연세 1400만원쯤은 있어야 시내에 있는 방을 구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주에 아예 정착할 마음을 먹고 내려왔다면 바로 매매를 해서 오시겠지만 살아보고 결정을 하려면 일단 연세로 집을 구해야 할텐데 매년 1200만원에서 1400만원이 넘는 돈을 내면서 살아야하는 건 꽤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전세가 많으면 그나마 괜찮을텐데 제주에는 전세를 찾기가 꽤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달 10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세를 살아야 합니다.
살다가 1년 뒤에 갑자기 연세 200만원을 더 올려달라고 하면 올려주던가 아니면 이사를 가야하는데 1년만에 다시 또 집을 구하고 이사를 다니기가 쉬운 건 아닙니다.
그렇게 저희도 5년간 이사를 총 3번이나 다녔었는데 마지막에는 아예 제주에 집을 살까 고민하다가 결국은 그냥 육지로 올라갔던 기억이 납니다.
제주도 이주 후 가족들 문제
부모님이 모두 육지에 있고 친구들도 육지에 있고 그러다보면 가끔씩 가족들과 함께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특히나 부모님이 연로하셔서 이제 돌봄이 필요할 시기라면 나 혼자서 이렇게 제주에 있는 게 맞나 싶을때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계실때 그래도 같이 사는 건 힘들더라도 종종 만나서 식사도 하고 가끔 만나서 운동도 하고 그렇게 사는 게 맞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희는 제주에 딱 5년을 살고 다시 육지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제주에 있을때는 딱히 아쉬운 티를 내지 않으셨던 부모님도 저희가 육지로 올라가니 전화도 엄청 자주 하시고 최소 2개월에 한 번씩은 꼭 밖에서 만나서 외식을 하자고 연락하시곤 합니다.
저희가 자주 만나는 곳은 청량리인데 샤브샤브뷔페나 애슐리나 장어구이 같은 걸 먹고 경동시장 한바퀴 돌면서 구경하고 가끔은 경동시장에 있는 횟집에서 소주도 한 잔 하는 걸 즐기는 편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시장에서 같이 소주 한 잔 하다보면 육지에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나중에 저희 부부만 남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다시 제주에 내려가고 싶을 것 같긴 합니다.
오늘은 제주도 이주 관련해서 몇가지 이야기를 해봤는데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을거고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다는 부분도 있겠지만 저희의 경험담이니 그냥 그렇구나 하고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