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력이 있다면 주의해야 할 다낭성 신장질환

가족력이 있다면 주의해야 할 다낭성 신장질환 관련 정보입니다.

다낭성 신장질환이란 무엇인지

다낭성 신장질환(다낭신, 다낭성 신질환)은 양쪽 콩팥 안에 물주머니(낭종)가 수십·수백 개씩 자라나는 유전성 신장병입니다.

처음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낭종이 점점 커지고 개수가 늘어나면서 정상 콩팥 조직을 압박해 만성콩팥병과 고혈압, 결국 말기 신부전(투석·신장이식이 필요한 단계)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성인 약 1,0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유전질환이며, 당뇨병·고혈압·사구체신염에 이어 말기 신부전의 4번째 원인으로 꼽힙니다.​

유전 양상과 가족력이 중요한 이유

가장 흔한 형태는 상염색체 우성 다낭성 신장질환 (ADPKD)으로, 부모 중 한 명이 이 병이면 자녀에게 50% 확률로 유전됩니다.

세대를 건너뛰지 않고 쭉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족 중 누군가가 다낭성 신장질환으로 투석을 받거나 신장이식을 했다면, 다른 가족들도 조기에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원인은 주로 PKD1(약 80~85%)과 PKD2(약 15~20%) 유전자 변이이며, 같은 유전자 변이여도 가족 구성원마다 발병 나이·중증도가 다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드물게 소아기에 심하게 나타나는 상염색체 열성 다낭신도 있지만, 대부분 성인기에 서서히 진행하는 우성형이 많습니다.​

다낭성 신장질환의 주요 증상

다낭성 신장질환은 처음 수십 년간 거의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조용한 유전병”이라고도 불립니다. 그러나 낭종이 점점 커지고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서 다음과 같은 증상이 서서히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복부·옆구리 통증 또는 묵직함: 큰 낭종이 신장 피막을 당기거나 주변 장기를 눌러 옆구리·허리·복부에 둔한 통증이나 불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 혈뇨(소변에 피가 섞여 나옴): 낭종이 터지거나 요로 결석이 생기면 소변이 붉게 보이거나, 현미경에서만 보이는 잠혈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 고혈압: 환자의 50~80% 이상에서 비교적 젊은 나이부터 고혈압이 나타납니다. 다른 원인 없이 30~40대에 고혈압이 생겼고 가족 중 다낭신 환자가 있다면 특히 의심해야 합니다.
    • 콩팥 기능 저하: 초기에는 혈액검사 수치가 정상이지만, 낭종이 커지면서 사구체여과율(GFR)이 서서히 떨어지고, 피로·다리부종·빈뇨·야간뇨 같은 만성콩팥병 증상이 나타납니다
    • 복부 팽만: 신장이 정상보다 몇 배까지 커지면서 실제로 배가 단단하게 나와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초기에는 이런 증상이 없어서, 건강검진 초음파에서 우연히 “양쪽 신장에 여러 개의 낭종이 보인다”는 말을 듣고 처음 병을 알게 되는 환자도 적지 않습니다.​

신장 밖에서 나타나는 전신 합병증

다낭성 신장질환은 콩팥뿐만 아니라 여러 장기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간낭종: 환자의 약 30~80%에서 간에도 낭종이 발생합니다. 대부분 간 기능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심하게 커지면 복부 팽만·소화불량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뇌동맥류: 일반 인구에서 뇌동맥류 유병률은 약 2~3%인데, ADPKD 환자에서는 8~12%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특히 가족 중 뇌동맥류 파열(지주막하출혈) 병력이 있다면 위험이 더 높아, 뇌 MRA 같은 선별검사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 심장 판막 이상: 승모판 탈출증, 대동맥판 역류 등 심장 판막 질환이 동반될 수 있어 심장 초음파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 대장 게실·복부 탈장: 대장벽이 약해져 게실(주머니)이 생기거나, 배꼽·서혜부 탈장이 잘 생기는 경향도 다른 사람보다 높습니다.
    • 요로감염·결석: 낭종 감염과 요로감염이 반복되거나, 신장·요관 결석이 잘 생겨 옆구리 통증과 발열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다낭성 신장질환은 단순한 “콩팥 물혹”을 넘어 전신 질환이기 때문에, 신장내과·신경과·심장내과 등 여러 진료과의 협진이 중요합니다.​

왜 가족력이 있으면 정기검진이 중요한가

다낭성 신장질환은 현재까지 완치시키는 근본 약은 없지만, 조기에 발견해 혈압·생활습관·합병증을 잘 관리하면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하는 속도를 상당히 늦출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정기검진이 특히 중요합니다.​

    • 50% 유전 확률: 부모가 ADPKD 환자라면 자녀는 2명 중 1명은 같은 병을 가질 수 있습니다. 출생 직후에는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20~30대부터 낭종이 보이기 시작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 무증상 진행: 증상이 없더라도 신장 기능은 서서히 떨어질 수 있습니다. 혈액검사(크레아티닌, GFR)와 신장 초음파를 통해 낭종 유무와 수, 크기를 확인해야 현재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 치료 약제·임상시험 대상 선정: 최근 낭종 성장 속도를 늦추는 토lvaptan 같은 약제가 승인되면서, 어느 정도 진행 위험이 있는 환자를 빨리 찾아 약물치료와 임상시험에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 뇌동맥류·고혈압 조기 발견: 가족력 있는 환자는 젊은 나이에도 고혈압과 뇌동맥류 위험이 높으므로, 혈압 측정과 필요 시 뇌혈관 검사를 일찍부터 시행해 치명적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족력이 뚜렷하다면 20세 전후부터 최소 1~2년에 한 번은 혈압과 혈액검사, 신장 초음파를 받는 것이 권장됩니다. 검사 시기와 간격은 전문의와 상의해 정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다낭성 신장질환 관리와 치료 원칙

다낭성 신장질환은 유전병이라 원인을 없앨 수는 없지만, 일상 관리로 콩팥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것은 가능합니다.​

    • 혈압 관리: 고혈압은 신장 기능을 더 빠르게 망가뜨리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나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계열 약으로 혈압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염분·단백질 조절: 짠 음식은 혈압과 콩팥 부담을 올리므로 하루 소금 섭취를 5g 이하로 줄이고, 지나친 단백질 과잉(고기·단백질 보충제 남용)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수분 섭취: 특별한 제한이 없다면 하루 2L 안팎으로 충분히 수분을 마시는 것이 낭종 성장 억제와 요로감염·결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심부전·말기 신부전 단계에서는 의사 지시에 따라 제한해야 합니다.
    • 금연·절주: 흡연은 혈관과 신장을 모두 악화시키고, 고혈압·뇌동맥류 파열 위험도 올리므로 반드시 금연이 필요합니다. 과음 역시 피하고, 가능하면 저알코올·소량 음주로 제한하는 것이 좋습니다.
    • 정기 추적검사: 혈압, 혈액검사(크레아티닌, GFR, 전해질), 소변검사(단백뇨, 혈뇨), 초음파·CT, 필요 시 뇌 MRA 등을 정해진 간격으로 시행해 상태 변화를 꾸준히 확인해야 합니다.

말기 신부전 단계에 이르면 투석(혈액투석·복막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하며, 이식 전에는 기증자에게 다낭신 여부가 없는지 유전자·영상검사를 꼭 시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