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칸방 신혼생활 예전과 지금이 다른 이유

나이가 좀 있는 남성분들의 강의를 다녀보면 한가지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나때는 어렵게 시작했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다 갖춰놓고 시작하려한다는 내용입니다.

단칸방 신혼생활 하던 시절의 사람들과 최소 서울 아파트 전세는 있어야한다는 요즘 결혼 철학을 비교한다는 것부터가 잘못인데 그런 사람들은 뭐가 잘못된 건지 아예 감을 못 잡더군요.

예전 제가 어렸던 시절에는 대부분의 가정이 다 단칸방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아이를 낳고 학교에 보내고 그러다가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갈때쯤이 되면 그동안 모았던 돈으로 빌라나 아파트에 들어가던 시절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런 것이 가능했었고 중간에 보증 사기만 당하지 않으면 대부분 그렇게 업그레이드를 하곤 했습니다.

서민과 중산층간의 차이가 그리 심하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봐야 치킨 한달에 3~4번 더 먹고 덜 먹던 수준이었지 지금처럼 빈부격차가 심하진 않았습니다.

빈부격차가 심해봐야 겉으로 드러난 것들은 바나나 먹는다 정도?

그 시절에는 바나나가 한묶음도 아니고 그 당시 돈으로 딱 1개에 1~2천원정도 했기 때문에 저 사람들 바나나 먹는다 정도로 부러움을 사곤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오마카세 이딴 건 아예 상상도 못했고 호캉스는 아예 꿈도 못 꾸던 시절이었습니다.

호텔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중산층이 아닌 부유층의 상징이었죠.

그러니 그 시절을 살던 사람들은 요즘 젊은 친구들이 왜 결혼을 하지 않는지 단칸방에서 시작하는 걸 극도로 혐오하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지들이 그렇게 살아왔으니까요.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단칸방에서 시작해서 아이들을 중학교에 보낼때쯤에 돈을 모아서 빌라나 아파트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이미 힘들어졌습니다.

집값이 그때와 지금은 너무나도 많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3~4년정도 모은 돈으로 새 집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10년이 넘게 모아도 새 집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평생 모아도 서울에 있는 아파트는 들어갈 수 없게 되었죠.

예전에는 빌라를 사도 충분히 쉽게 거래가 되었지만 요즘은 빌라에 전세로 들어가면 사기를 당하고 매매로 들어가면 팔리지 않아서 이동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뭐하나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고 그 마저도 너무 비싸서 목숨을 걸어야하는 시기입니다.

다같이 힘들고 못 먹던 시절에는 고기 좀 더 먹고 덜 먹고의 차이 였겠지만 지금은 그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내 아이들이 무시당하고 내 삶이 부정당하는 빈부격차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빈부격차는 아이들이 고스란히 다 겪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희망이 사라진 세상

예전에는 단칸방에 살더라도 다들 그렇게 시작하는 거라며 이해해주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무시하지도 않았고 무시하더라도 조금만 참고 견디면 이후 이사를 갈 수 있을거라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직장인들도 돈을 잘 벌었고 개인사업자들도 뭐 하나만 터지면 금방 집 한 채씩은 마련하던 시절이었으니 서로 무시하는 게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시하더라도 내가 듣지만 않으면 되니 서로 문제되는 게 없었습니다.

낭만이 넘치던 시절이었죠.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SNS를 통해 남들이 나처럼 사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걸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 세상입니다.

단칸방에서 노력하면 금방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라 단칸방으로 시작했다면 평생 단칸방에서 인생을 마무리해야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희망이 사라졌다는 뜻입니다.

단칸방에서부터 결혼생활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면 절대 결혼시킬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오는 세상입니다.

이미 모든 걸 갖춰놔야 결혼을 시켜주겠다고 말하는 세상이기 때문에 과거의 낭만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렇게 세상이 바뀐 걸 모르고 아직도 단칸방에서 열심히 살면 되는데 왜 요즘 젊은 사람들은 다 갖춰놓고 결혼을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잡소리를 해대는 꼰대들이 많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세상을 살아왔으면 그냥 미안하다 하거나 조용히 살면 될 것을 현자가 된 것마냥 청년들에겐 입에 발린 소리를 해대고 저녁엔 자기 딸 뻘 되는 아이들을 옆에 앉혀놓고 술을 마시는 영포티나 영피프티가 너무 많다는 게 문제입니다.

다이나믹 코리아 그 자체라고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단칸방 신혼생활 미션 임파서블

지금의 대한민국이 힘든 이유는 바로 서로간의 눈치주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엔 내가 가난하게 살면 우리 가족들만의 불편함이었고 주변에서는 오히려 도와주려고 하거나 모른척해주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저 집 아이가 행색이 초라해도 이를 내색하지 않고 우리집에 데려와서 밥 한 끼 먹여서 보내고 쟤 좀 잘해주라고 한마디 해주는 게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행색이 초라한 아이가 있으면 우리 아이에게 저런 애랑은 어울리지 말라고 하거나 대놓고 꼽을 주는 세상입니다.

아이 관리를 잘 해야한다며 꼽을 주고 저런 애랑은 놀지 말라고 꼽을 주고 이미 범죄자가 된 것처럼 꼽을 줍니다.

단체로 선동해서 무안을 주기도 하며 가난한 사람을 죄인 취급하기도 합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게 문제입니다.

예전에는 적어도 잃을 거 없는 사람들을 건드리진 않았는데 요즘 사람들은 무서움이라는 게 없어졌는지 잃을 거 많은 사람들이 잃을 거 하나 없는 사람들의 자존심을 너무 무너뜨리려고 합니다.

그러다가 눈 뒤집어져서 따라올 거라는 걱정 자체가 없습니다.

적어도 해외에서는 내가 남을 무시하면 남이 나를 해코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라는 게 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내가 쟤를 무시하면 내가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자체가 없어진 느낌입니다.

너무 안전한 사회라서 다들 안전불감증에 걸린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전세계에서 얌전히 당하기만 하고 사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습니다.

그리 흔치 않은 사람들이 거의 다 대한민국에 몰려있다는 게 참 고마운 일인데 내가 무시를 하면 결국 나도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대한민국 특유의 이상한 문화와 단칸방 신혼생활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봤는데 남들 눈치 좀 그만 보고 나도 남들에게 이상한 잣대로 평가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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