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전국 뽑기방 돌면서 월 400만원을 벌었던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사람들은 뽑기방이라고 하면 단순히 인형을 뽑는 공간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초창기의 형태였고 그 이후에는 다른 쪽으로 많이 발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형뽑기로 시작해서 전국에 뽑기방이 많이 생겼고 기계들도 많이 거래가 되었지만 인기가 점차 시들해지자 사장님들은 이후 공략타겟층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구매력이 높은 아재들을 타겟으로 잡고 방향을 바꾼 것입니다.
인형은 뽑아봤자 어디 팔 수도 없고 집에만 계속 쌓아두니 와이프한테도 혼나고 나중엔 뽑고도 그냥 그 동네 꼬마들한테 선물로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본 사장님들은 상품을 다른 걸로 바꾸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피규어를 넣어서 이를 수집하게끔 샵을 운영하였고 나중에는 생필품을 넣어서 이를 뽑아가게끔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생필품은 뽑으면 당근으로 거래를 할 수 있으니 슬슬 사행성의 문턱을 밟기 시작한 겁니다.
1. 뽑기방 공략
전국으로 유통되는 기계는 방식이 동일하지만 셋팅값만 사장님들이 바꿔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동네를 가면 엄청 잘 뽑히고 또 어느 동네를 가면 절대로 안 뽑히는 샵이 있는데 이를 사람들이 모여서 내용을 공유하기 시작합니다.
네이버 카페나 네이버 밴드로 서로 모여서 어디 동네를 가면 쉽더라 또는 어디 동네를 가면 물건이 굉장히 좋더라 이런 식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똑같은 기계에 뽑는 상품도 다 비슷비슷하니 비슷한 셋팅이 있으면 그걸 공략하러 전국적으로 찾아다니는 팀이 생기게 됩니다.
네이버 카페에 보면 해당 뽑기방 사진도 올라오고 어떤 셋팅인지 글을 올려주기 때문에 그걸 보고서 내가 뽑을 수 있겠다 싶으면 그 동네까지 차를 타고 찾아가는 팀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팀 단위로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상품이 고가였기 때문인데 지금은 많이 인기가 식었지만 정말로 인기가 최절정이었을때는 플스5나 아이폰을 상품으로 내걸고 장사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50~60만원짜리 상품부터 1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상품을 걸고 장사를 하니 그걸 뽑으려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겁니다.
물론, 그렇게 비싼 상품은 당연히 뽑는 게 쉽지 않았고 팀 단위로 움직이는 사람들은 대략 10만원 안팎의 상품들을 타겟으로 잡고 돌아다녔습니다.
한 뽑기방에서 10만원짜리 상품을 4~5개정도 쓸어가고 또 다른 곳으로 옮겨서 쓸어가는 식으로 전국을 돌아다녔는데 무조건 본인들이 뽑기 쉬운 셋팅만을 골라서 다니고 저녁에는 또 모여서 어느 동네를 갈지 다음 타겟을 정하는 식으로 전국을 다니는 팀도 있었습니다.
2. 셋팅 방식
그렇게 다니는 팀은 일반 유저라기보다는 거의 뽑기방 사장님들이 많았습니다.
자신들이 직접 기계를 셋팅하고 운영하다보니 각 기계마다 어떤 특징이 있는지 또 어떻게 뽑아야 잘 뽑히는지 그 노하우를 알았던 겁니다.
노하우를 알고 기계를 알고 있으니 네이버 카페나 밴드에 올라온 사진과 간단한 후기만을 읽고도 이게 얼마 정도 투자하면 상품이 뽑힐지 견적이 잡히기 때문에 그렇게 전국을 도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가서 고가의 상품도 뽑고 개당 1만원정도 하는 상품도 싹 쓱어다가 자기네 뽑기방 기계에 넣어서 운영도 하고 그런식으로 다니면서 뽑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자기가 다른 샵에 털러 다니는 동안 자신의 샵도 털리는 경우가 있고 굉장히 재밌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셋팅은 여러가지 방식들이 있었는데 가장 흔한 방식은 꿀망에 상품을 넣어서 뽑는 꿀망뽑기와 그냥 피규어박스를 뽑는 피규어셋팅, 전구간이 집게를 놓는 셋팅이라 오로지 와리를 이용해서만 뽑을 수 있는 와리셋팅 등등이 있었습니다.
와리셋팅은 집게를 앞뒤로 흔들면서 타이밍에 맞게 조작을 할 수 있는 고수들만 할 수 있는 영역이었고 그것만 전문적으로 뽑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지금도 와리셋팅을 전문적으로 하는 뽑기샵이 있는데 그런 곳은 초보들은 아예 할 수 없는 곳이라 들어왔다가 이게 뭔가 하고 그냥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3. 유튜브
뽑기방 사장님들이 전국을 돌면서 뽑기를 하기 시작하니 매일 셋팅을 해놓으면 털리는 곳도 생겼고 나중에는 아예 못 뽑도록 어렵게 셋팅을 바꾸는 곳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못 뽑기도록 해놓는 곳은 결국 장사가 안 되서 가게를 접는 일이 많았고 그 중간에서 셋팅값을 설정해야하는데 그게 참 애매했습니다.
잘 뽑히도록 해두면 전국에서 몰려와 털어가고 어렵게 해놓으면 동네사람들도 안 오고 단골들도 떨어져나가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장사를 접는 가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되자 이제는 아예 뽑기를 잘 하는 분들이 유튜브에 진출해서 대신 뽑아주는 채널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샵을 제보받아서 돈을 입금시키면 대신 뽑아주는 방식인데 자신들이 뽑기방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나와서 대신 뽑아도 주고 뽑기 잘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로 초대하는 식으로 채널과 자신의 뽑기샵을 같이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장사가 잘 될때는 뽑기방 여러개를 운영해서 한달에 수천만원씩 벌기도 했다는데 뽑기샵의 단점은 꾸준히 수익을 보기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꾸준히 수익을 본다는 건 결국 누군가가 계속 돈을 잃는다는 소린데 아무리 뽑기를 못 하는 사람도 계속 같은 셋팅을 하다보면 나중에는 노하우를 알게되고 그 이후에는 반대로 뽑기샵의 적자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바뀌게 됩니다.
누군가 계속 돈을 잃어야만 운영이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꾸준히 수익을 본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이고 결국은 잃기도 하고 따기도 하면서 너무 주작소리만 안 듣게끔 운영을 해야한다는 건데 그게 말처럼 쉽진 않습니다.
사람들이 한가지 셋팅에 익숙해지면 또 다른 셋팅으로 바꿔서 뽑기 어렵게 만들고 대신 재미는 줘야하고 중간중간 너무 많이 잃는 사람들이 생기면 뽀찌도 챙겨주는 식으로 운영을 해야하니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전국을 돌며 월 400만원을 벌었다고는 했지만 그것도 한때지 매달 그렇게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지면 그런 일도 생길 수 있다는 정도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