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밀면을 제주에서 처음 먹어봤습니다.
원래 밀면이라는 음식은 부산으로 피난을 왔던 피난민이 냉면 대신 밀면을 만들어 먹으면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냉면 면을 만들기 힘드니 수급이 쉬운 밀가루로 면을 만들어먹기 시작했던 겁니다.
그래서 다들 밀면이라고 하면 부산의 음식으로 알고있는데 저는 부산에서 밀면을 먹은 적이 없었고 대신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밀면이라는 음식을 먹게 되었습니다.
부산에서 밀면을 먹어본 적이 없으니 대체 밀면이 어떤 맛인지도 아예 몰랐고 그 상태로 처음 이도동에 있는 산방식당에 가서 밀면을 먹어봤는데 육수도 너무 좋고 면의 식감도 좋아서 맛있게 잘 먹고 나왔습니다.
날씨가 더울때라서 그런가 더 시원하니 맛있더군요.
냉면은 면이 얇아서 가위질을 해야하지만 밀면은 면이 두툼하고 잘 끊기는 식감이라 가위도 필요없이 후루룩 한그릇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이후 산방식당 본점이 서귀포에 따로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중에 서귀포까지 가서 직접 먹고 왔는데 밀면은 비슷했지만 수육은 서귀포 본점이 더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손님들이 오면 종종 산방식당에 데려가서 밀면을 한그릇씩 먹여주곤 했는데 거의 호불호없이 다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부산 밀면
제주도에 살았을때 산방식당 밀면 말고 다른 집들은 어떨까 싶어서 여기저기 밀면을 먹으러 다닌 적이 있습니다.
하르방밀면, 밀면촌, 관촌밀면, 평양면옥 밀면 등등 여기저기 다 먹어봤지만 처음 시작을 산방식당으로 해서 그런가 제 입에는 그냥 산방식당이 제일 괜찮았습니다.
다른 곳은 산방식당보다 좀 육수가 짜거나 아님 싱겁거나 그런 느낌이어서 뭔가 더 낯설었던 것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는 그냥 가까운 이도동 산방식당으로 계속 다녔었는데 오후에 가서 수육 한접시에 밀면 하나 시켜놓고 친구놈이랑 저녁까지 화장실을 왔다갔다해가며 제주막걸리를 마셨던 게 지금도 기억납니다.
그러던 중 일 때문에 부산에 가야할 일이 생겨서 제주에서 부산까지 비행기를 타고 갔던 적이 있습니다.
2박 3일을 갔던거라 나름 여기저기 다니면서 밥도 먹고 여행도 즐겼는데 도착한 당일에는 점심으로 돼지국밥을 먹고 저녁은 꼼장어에 소주를 한 잔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점심으로 해장을 하는데 중동역에 해운대 가야밀면이 있어서 거기까지 걸어가서 밀면을 한그릇 먹었습니다.
부산 밀면이라고 해서 완전 기대하고 갔었는데 일단 처음 마셨던 육수는 진하고 아주 좋았으나 이걸 계속 먹다보니 간장베이스의 육수여서 그런지 너무 짜게 느껴졌습니다.
산방식당의 밀면이랑은 완전 다르게 육수가 짜고 한약같은 느낌도 살짝 있어서 너무 낯설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부산 밀면은 나랑 안 맞는가보다 하고 그 이후로는 부산에 가도 돼지국밥만 먹었지 밀면을 먹은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꽤 시간이 지나 다른 지점에 있는 가야밀면을 먹은 적이 있는데 이게 원래 부산 밀면은 간장베이스에 한방냄새가 난다는 기준이 생기니 그때부터 익숙하진 건지 아니면 입맛이 바뀐건지 아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한 번 맛있게 먹기 시작하니 다시 부산 밀면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서 다음에 또 부산여행을 가게되면 그때는 밀면 투어를 제대로 한 번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이도동 산방식당 밀면
제주에서 육지로 이사온 후로는 산방식당 밀면을 먹을 기회가 없었는데 얼마 전에 제주도 여행을 잠깐 갔을때 해장을 하러 오후에 한 번 들린 적이 있습니다.
이도동에 있는 신방식당으로 갔고 익숙하게 물밀면을 주문했는데 뭔가 예전에 비해 맛이 바뀐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제 입맛이 바뀐건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그날따라 사람도 별로 없고 밀면도 예전이랑은 좀 다른 느낌이어서 맛이 덜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주도에 살고있는 지인도 어느 순간부터 예전이랑은 맛이 좀 바뀐 것 같다고 하던데 왜 그런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서귀포에 있는 본점에 가서 다시 먹어볼 생각인데 또간집에 나왔던 희신이네 닭고기냉밀면이랑 다같이 먹고 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